이번 시간에는 눈부심에 대해, 그리고 빛이 만들어내는 정서적인 효과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눈부심(Glare)은 시야의 휘도에 의해 생성되는 불쾌감으로, 눈이 적응한 휘도보다 시야 속의 들어온 휘도가 너무 높을 때 발생합니다.
이는 불쾌감을 줄 뿐만 아니라 순간적으로 시각 능력을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눈부심은 불쾌 눈부심(Discomfort glare)과 불능 눈부심(Disability glare)의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는 때때로 개별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납니다. 눈부심의 문제는 조명 엔지니어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조명설계를 통해 눈부심을 방지하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쾌 눈부심은 시야의 불편함이 발생하는 눈부심을 말합니다.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조명을 켰을 때와 같이, 과도한 휘도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현상과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통증은 우리 생활 속에 종종 발생하지요.
눈부심을 예측하고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관찰자 방향으로의 밝기, 배경의 밝기, 눈부심의 크기(크기가 작을수록 불편할 가능성 높음) 및 빛의 위치 등입니다.
눈부심은 보는 방향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고려해야할 요소가 복합적으로 존재합니다.

까만 밤 운전을 하다 반대 차량의 강한 불빛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앞을 보지 못한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불능 눈부심은 눈부심으로 인해 시각적 성능이 저하되고 휘도가 지나치게 높아 시인성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눈부심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눈에서 광학을 담당하는 부분, 특히 각막, 수정체와 눈 내부의 유리체에서 눈부심 광원으로부터 빛이 산란되는 것입니다.
마치 결혼식에 신부의 베일이 눈앞에 쓰이는 것처럼 말이죠. 베일은 그 너머의 명암대비를 줄임으로써 흐릿하게 보이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시각적 장면의 명암 대비를 줄여 가시성을 손상시키는 것이 바로 불능 눈부심입니다.
눈의 산란 및 이에 따른 가시성 손실과 휘도 값은 계산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조명 상황에서 발생하는 눈부심이 수용 가능한 정도인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원인들을 통해서도 눈부심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코, 또는 안경 렌즈와 같이 눈앞의 대상을 통해 빛이 반사되어 시각을 방해하는 경우가 그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것은 태양빛과 같이 아주 강한 광원의 경우에 해당하지요. 정오에 내리쬐는 강한 태양빛에는 모자를 착용하여 눈부심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태양뿐 아니라 실내의 강한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통해서도 이러한 눈부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각 능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악화됩니다. 이것은 주로 동공 크기의 감소, 유리체액(눈과 망막 사이의 젤리 같은 물질)의 투명성 저하, 수정체의 경화 및 황변을 통해 발생합니다.
수정체의 경화는 수용 능력을 감소시키며, 이는 가까운 곳을 보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수정체의 황변(백내장)은 전반적인 감도, 시력, 대비 감도 및 색감도의 저하를 유발합니다.

또한,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 경로에도 성능 저하가 발생합니다.
평균 60 세의 사람이 동일한 시각에서 독서와 같은 시각적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10 세의 사람보다 약 15 배 더 많은 빛을 필요로 할 정도로 시각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고령자를 위해 단지 공간을 밝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유리체의 투명성 저하는, 더 많은 빛을 산란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고령자를 더욱 눈부심에 민감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조도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과도한 눈부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눈은 전체 시각적 장면을 두 개의 작은 부분으로 스캔하고 뇌는 그것을 조합하여 완전한 그림을 만듭니다. 뇌는 또한 이것을 보정하여 인지합니다.
예를 들어, 햇빛을 가득 받은 회색 표면은 그림자 속에 위치한 흰색 표면보다 더 높은 휘도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뇌는 두 가지 상황을 보정하여 회색의 표면을 더 어둡다고 인지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뇌를 대상으로 재미있는 장난을 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예는 소위 착시현상입니다.

우리는 빛으로 인해 감정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는 경험들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빛을 어떠한 감정으로 받아들이는지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겪어온 과거의 경험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아래에서 빛으로 강하게 비추는 얼굴을 낯설고 때로는 무섭게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위에서 오는 빛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색은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빨간색과 노란색은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파란색은 시원한 느낌을 주고 활동을 자극하는 반면, 녹색은 일반적으로 휴식과 편안함의 느낌을 유발합니다.
여기서도 과거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동일한 색이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감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색상은 공간에 대한 인상에도 영향을 줍니다. 붉은색 벽이 있는 방은 같은 크기의 파란색 방 또는 흰색 방보다 작게 보입니다.
또한 공간의 겉보기 치수를 변경하기 위해 백색광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벽의 윗부분이나, 공간의 천장을 더 밝게 비추면 방이 더 높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명의 밝기와 백색광의 색온도 사이에는 감정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낮은 색온도의 따뜻한 빛과 비교적 낮은 밝기의 조명 수준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경험합니다.
사무실, 공장, 학교에서와 같이 보다 활동적이고 자극적인 분위기가 필요한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색상의 높은 색온도와 밝은 조명을 선호합니다.
이와 관련해 1941년 필립스 연구소에서 진행한 사람이 선호하는 조명 수준과 색온도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매우 유명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이제는 거의 모든 조명 관련 서적에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 속 표시된 두 곡선 사이의 흰색 영역은 사람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영역을 나타냅니다.
곡선의 윗면(높은 조명 수준/상대적으로 낮은 색온도) 또는 아랫면(낮은 조명 수준/상대적으로 높은 색온도)에서는 공간이 감정적으로 불쾌하고 부자연스럽다고 느낍니다.
여기에서도 과거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정 색온도의 빛으로 느낀 감정적인 느낌은 특정 습관화된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과 이번 시간을 통해 사람과 빛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람이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고려할 때 비로소 빛을 계획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빛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인 좋은 색(Color)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